제목

[칼럼] 선거와 엘리트의 어원이 같은 이유

선거(election)와 엘리트(elite)의 어원이 같다는 것은 재미있다. 선거는 정치엘리트를 뽑아서 먹고 살기 바쁜 국민을 대신해 나라 일을 잘 처리해달라고 위임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신한다는 동사다.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에 뛰어난 사람’(elite)을 뽑아야 한다. 뛰어나다는 것은 결국 민심을 읽을 줄 알고 국가경영능력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 선거는 지도자(guardians)를 감시(guard)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나를 대신해서 일해 줄 사람을 뽑는 일, 지금까지 한 일을 평가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당장 투표율이 걱정이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낮았다. 200248.9%, 200651.6%, 201054.5%였다. 유권자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초라한 민주주의 성적표다.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선거 불참은 민주시민의 미덕이 아니다. 선거 참여도가 절반 수준에 머문다면, 앞으로 투표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신청제로 가자는 논의가 생길 수도 있다. 선거에 불참하면 벌금을 물리는 외국법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선거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원래 공화국이란 법과 공공선(公共善)에 기반을 두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만들어낸 정치공동체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는 공화 시민의 주요 미덕이다.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자 국민주권의 상징이다.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선거 한번 잘 치르면 나라가 새로워지고 지역이 바뀐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선거는 크든 작든 그 여정(旅程)의 끝은 바로 대한민국의 변화이다. 선거는 변화에의 약속이고 그 실천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고서는 조그마한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흔히 선거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투표에 참여해야 미래의 비전과 희망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우리는 이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한 국가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1997,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냄으로써 민주주의 공고화 기준(two-turnover test)을 통과하였다. ‘1987년 헌법성립 후 20년 만에 선진형 민주주의에 진입하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12년 발표한 민주주의지수 평가에서 167개국 중 20위를 차지하여 완전민주주의국가로 분류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23), 대만 (35)보다 앞선 다. 이로써 우리는 국민국가 건설, 시장경제 발전, 민주정치 확립이라는 근대화 3대 목표를 달성하였다. 대한민국은 곳곳에 도사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많은 나라다. 선거 참여는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와 공고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우리나라의 투·개표 등 선거관리 시스템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투표 마감 직후부터 전자개표기로 바로 집계되는 투표 결과는 오류가 거의 없다. 그런 선거관리 노하우가 인정받아 우리나라는 작년에 창립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의 초대 의장국이 되었다. 특히 이번에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제는 가히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인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하다. 투표에 불참하면 첨단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되고,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

그 다음은 유권자의 선구안(選球眼, batting eye)’이 중요하다. 후보자를 판단하는 유권자의 명품 선구안이 선거를 변화의 성전(聖戰)으로 이끌 수 있다. 선거에서 정치엘리트를 잘못 뽑으면 그것은 우리에게 바로 재앙이 된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만큼이나 후보자를 제대로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선거의 핵심이다.

자질과 능력, 도덕성과 정의감을 가진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해야 국민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와 지역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일류국가와 일류지도자는 일류국민이 만든다. ‘제대로 된 국민제대로 된 정치엘리트를 선택해야 제대로 된 정치엘리트제대로 된 나라를 만든다. 제대로 된 선택을 게을리 하고서 나중에 후회하고 욕을 하는 것은 비겁하다.

이제라도 선거공보를 찾아 꼼꼼히 살피고 나서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 악덕 전과자, 세금 체납자, 허황된 엉터리 공약을 하는 후보를 과감히 속아낼 줄 알아야 한다. 설령 뽑을 사람이 없다면 차선을 택하자. 적극적인 선거 참여와 명품 선구안이 세상을 바꾼다. 투표장에 가야 하는 이유는 이제 분명해졌다. (중앙SUNDAY 2014년 6월 1일자)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15-08-12

조회수1,634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

공직선거법 제58조의 "선거운동" 개념 정리

‘선거운동’이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선거운동인지는 당해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그 행위가 당시의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그와 같은 목적의사를 실현하려는 행위로 인정되기 어렵다면 설..

Date 2018.07.15  by 황정근

[선거법] 제21대 총선 선거구 획정 일정표

● [선거법] 제21대 총선 선거구 획정 일정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일 : 2020년 4월 15일(수).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 : 18개월 전 2018년 10월 15일(공직선거법 제24조 제1항)선거구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 시한 : 13개월 전 2019년 3월 15일(공직선거법 제24조 제11항)국회의 선거구 획정 : 선거일 전 1년 2019년 4월 15일(공직선거법 제24조의2).   우리나라에서는 총선 1-2..

Date 2018.07.06  by 황정근

{선거법 판례해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의 의미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의 의미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도13103 판결 -   변호사 황정근1.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2016. 2. 16. 12:00경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이런 사람은 안 된다고 전해라”, “최경환 취업청탁 채용비리?”, “청년 구직자의 노력을 비웃는 채용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선 안 됩니다”라는 문구와 최경환 국회의원의 성명과 사진이 기재..

Date 2018.05.28  by 황정근

금품 무상대여에서 추징액은 금융이익 상당액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6도7241 판결[공직선거법위반·정치자금법위반][공2007.5.1.(273),652]【판시사항】금품의 무상대여를 통하여 위법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경우 정치자금법 제45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 이익의 의미(=금융이익 상당액) 【판결요지】정치자금법 제45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

Date 2018.05.22  by 황정근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3호 제1호 (아)목, 제90조 제1항 제호 위반죄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도13103 판결[공직선거법위반]〈1인 시위와 선거법위반사건〉[공2018상,661]【판시사항】[1] 공직선거법 제90조를 위반하여 선전물을 게시한 행위 등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3항 제1호에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의 의미 /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3항 제1호에서 금지 대상이 되는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여야 위 조..

Date 2018.05.22  by 황정근

[선거법 판례해설] 금품 제공 ‘지시’ 죄에서 지시란 상하관계나 지휘감독관계를 전제로 ..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6314 판결   -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4호 소정의 금품 제공 ‘지시’ 죄에서 지시란 상하관계나 지휘감독관계를 전제로 하는지 여부(소극)   1. 판시사항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

Date 2017.03.27  by 관리자

선거구 공백기 기부행위, 항소심 첫 무죄 - 대구고법 판결

대구고등법원 2016. 12. 1. 선고 2016노483 판결(강승수 구미시의원 사건) 구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제한 규정의 문언과 그 취지, 형벌법규의 해석원칙 등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구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당해 선거구’는 구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 별표 1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에 규정된 기존의 선거구를 의미한다고..

Date 2016.12.02  by 황정근

[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애서 허위사실

Date 2016.11.09  by 황정근

선거구 공백 때의 기부행위 문제, 비상상고로 조기 해결해야

선거구 공백 때의 기부행위 문제, 비상상고로 조기 해결해야  지난 4·13 국회의원 총선 후 선거범죄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일선 법원에서는 선거구 공백기였던 지난 1월 1일부터 3월 2일까지 사이에 일어난 기부행위와 관련하여 기부행위제한위반죄의 성부(成否)에 대해 법리적인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쟁점에 대해 하급심 판결도 재판부마다 유·..

Date 2016.08.31  by 황정근

[선거법] '선거운동'의 개념에 대한 새 대법원판결

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전원합의체판결[대전광역시장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등 사건]◇1. ‘선거운동’의 의미, 2. 이 사건 포럼의 설립 및 그 활동이 유사기관설치 내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선거운동의 자유와 공정 및 기회균등을 꾀하고, 정치인의 통상적인 정치활동을 보장할 필요성,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형벌법..

Date 2016.08.27  by 황정근